영재고의 변질: 과학 인재 양성, 어디로?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영재학교는 전국에 8곳이 있다. 입학 정원은 한 해 789명이다. 영재고 지원자는 지원서와 함께 ‘이공계 진학 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확약서에는 본인은 물론 부모까지 서명한다. 모집 요강에도 ‘의약학 계열 대학 지원 시 제재 방안’이 명시되어 있다. 의대·치대·수의대·한의대·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영재고 지원이 적합하지 않으며, 의약학 계열 지원 시 불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의 심각성
하지만 이렇게 입학한 학생 서너명 중 1명은 의대에 지원하고, 6명 중 1명은 의대에 진학한다. 2021~2025학년도 영재고 출신 의대 진학자는 667명에 달했다. 과학고까지 포함하면 그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선다. 교육비 환수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재수를 하거나 대학 진학 후 진로를 바꾸면 교육비를 토해낼 필요도 없다. 특목고인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가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여러 차례 폐지 위기에 내몰렸을 때도 영재고만은 무풍지대였다.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명분을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영재고가 의대 진학 준비기관으로 변질됐으니 ‘배신’이라 할만하다.

대학 교육의 황폐화: 이공계 기피 현상
의대 쏠림이 대학 교육을 황폐시키고 있는 것 역시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23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자퇴한 학생은 2126명이나 된다. 이들 중 62%는 자연계 학생이며, 자퇴 사유 대부분이 의대 진학이다. 카이스트에서도 의대로 재입학하기 위한 자퇴가 줄을 잇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 진학율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2050년이면 상위 20여 개 대학을 빼고는 대학원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재 유출의 현실: AI 시대의 위기
어렵게 키워놓은 인재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에서 공부한 실력 있는 인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의 AI(인공지능) 인재는 인구 1만명당 0.36명이 빠져나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다. 한국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 중 40%는 해외로 떠났다는 집계(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도 있다.

보상 체계의 문제점: 인재 유출의 근본 원인
원인은 모두 알고 있는 대로 보상체계다. 올해 기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3개 정부출연연구원 연구직의 평균 연봉은 9424만원이다. 초임은 평균 4503만원으로, 억대 연봉을 받기까지는 10~15년이 걸린다. 전문의는 평균 연봉이 2억원을 웃돈지 오래다. 한국과 달리 전교 1등이 공대에 가는 나라인 중국에서는 졸업 후 급여 상위 50개 전공 중 49개가 이공계다.

해결책 모색: 미래를 위한 투자
1949년 일본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는 “진정으로 일본 과학의 발전을 기뻐하고 한층 더 높은 진보를 원한다면 일반 과학자들의 생활문제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는 수상소감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생활 문제로 연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한국에도 여전히 유효한 당부다. 인재는 결국 기대보상이 높은 곳을 향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핵심만 콕!
영재고의 의대 쏠림, 이공계 기피, 해외 인재 유출 등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상 체계 개편을 통해 과학 기술 인재들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독자들의 Q&A
Q.영재고 학생들이 의대로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의사라는 직업이 높은 사회적 지위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학 기술 분야에 대한 보상 체계가 상대적으로 낮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의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한국의 AI 인재 유출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요?
A.매우 심각합니다. OECD 국가 중 AI 인재 유출률이 최하위권이며, 해외로 유출된 AI 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Q.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A.가장 중요한 것은 보상 체계의 개선입니다.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제공하고, 연구 환경을 개선하여 이공계 인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모델 이현이, 축구 경기 중 코뼈 골절…'골때녀' 투혼과 산재 처리 과정 공개 (0) | 2025.10.16 |
|---|---|
| 5000억 손실, 개미들의 눈물: 곱버스 투자, 어디서 엇갈렸나? (0) | 2025.10.16 |
| 금감원 3040 퇴직 러시: 평균 연봉 1억에도 떠나는 이유 (0) | 2025.10.16 |
| 쿠팡 무혐의,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의 눈물… 그리고 CFS의 약속 (0) | 2025.10.16 |
| 부동산 대책, '文데자뷔'를 끊으려는 대통령실의 승부수: 10·15 대책의 전말 (0) | 2025.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