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의 '그들'이 왜 이토록 민감할까? 대주주 양도세 기준, 그 숨겨진 이야기
대주주 기준, 기획재정부의 딜레마
10억 원이냐, 50억 원이냐. 양도소득세를 매길 대주주 기준을 놓고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이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었습니다. 대주주 기준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은 못 내렸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대주주 기준을 바꾸지 말자고 했습니다. '한 종목당 5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만 대주주로 보고 시세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했습니다. 정부는 고민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금세 결론이 나올 줄 알았지만, 고민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달이 바뀌었지만,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여전히 '장고' 중입니다.
구체적인 숫자, 대주주는 얼마나 될까?
주식 한 종목당 5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이는 몇 명일까요? 10억 원 이상은 얼마나 될까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인원입니다. 먼저, 종목당 50억 원 이상을 가진 경우. 1,828명. 전체 코스피 투자자(48,323,472명)의 0.004% 수준입니다. 25,000명 중 1명꼴입니다. 기준을 50억 원으로 유지하든 10억 원으로 하향하든 '빼박'으로 세금을 낼 일종의 '찐' 대주주들입니다. 다음, 종목당 10억 원~50억 원 보유한 주주. 1만 1,017명. 전체 투자자의 0.023% 수준입니다. 4,348명 중 1명꼴입니다. 기재부 개편안대로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 10억 원으로 낮출 경우, 안 내던 세금을 낼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가 만 천 명 정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숨겨진 함정: 실제 세금 납부자는 더 적다?
다만, 실제로 세금을 낼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거로 보입니다. 첫째, 통계에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한 명이 두 종목에서 대주주 기준을 넘길 경우, 통계에서는 두 명으로 세기 때문입니다. 둘째,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입니다. 주식 10억 원 이상 보유한 이의 상당수는 창업자거나 그 일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회사를 다른 이에게 넘길 생각이거나 급전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면, 주식을 팔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기재부는 실제로 양도소득세를 낼 대주주는 수천 명 수준일 거라고 추정합니다. '티끌' 수준인 수천 명 때문에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 문제냐는 불만 아닌 불만이 깔려 있습니다.
반대 여론의 핵심: 티끌이 태산을 흔든다?
상당수의 투자자는 생각이 다른 듯합니다.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안이 나오자마자 반대 여론은 들끓었고, 반대 청원 참여는 10만 명을 쉽게 넘겼습니다. 티끌도 같은 티끌이 아니라는 게, 반론의 핵심입니다. 대주주 요건을 강화할 경우, 연말마다 주식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주주냐 아니냐 여부는 매년 12월 마지막 거래일 하루의 보유 잔고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지만, 세금을 피하려 큰손들의 매도가 쏟아지는 게 단기 악재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12월 마지막 거래일 하루 세금을 피하고, 상당수 대주주는 다시 연초에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았다 샀다 하니 길게 보면 악재도 호재도 아니라는 재반론도 있습니다.
악재인가, 과장된 공포인가?
정말 티끌이 태산을 흔들까요. 세금을 피하려 대주주들의 매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코스피를 망치고 있을까요. 아니면 티끌의 영향력은 과장됐을까요.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공포를 앞세워 세금을 피하려는 걸까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객관적 연구 결과가 있다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논문이나 보고서는 아직 없습니다. 기재부는 세제개편안 관련 문답에서 "대주주 기준이 강화됐던 2017년 말 주가가 상승한 경우가 있었지만, 반대로 기준이 완화됐던 2023년 말에는 주가가 하락했다"며 "주식의 매도 여부에는 (대주주 기준이 아닌) 시장 수익률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또한 제한적인 해석과 추정에 불과합니다.
과세 형평성 vs 시장 영향: 기재부의 선택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논란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바꾸자는 건 과세 형평성 제고가 핵심입니다. 세수도 늘기는 하지만, 늘어나는 세입은 2천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부 총수입은 650조 원을 넘습니다. 50억 원 기준을 유지한다면, 단기 악재가 적어도 하나는 사라집니다. 주가 부양에는 유리합니다. 다만, 왜 언제까지 주식만 세금을 안내야 하냐는 지적 앞에는 궁색해집니다. 기재부는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기재부의 '장고'는 언제 끝날까요. 그리고 '장고' 끝의 결정은 악수일까요, 아닐까요.
결론: '장고' 끝에 어떤 결정이 내려질까?
대주주 양도세 기준 변경을 둘러싼 기재부의 고심은, 과세 형평성과 시장 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반영입니다. 0.02%의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하여,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기재부의 선택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대주주 기준 변경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A.대주주 기준 변경은 단기적으로는 매도 물량 증가로 인한 주가 하락 압력을, 장기적으로는 과세 형평성 강화에 따른 시장 건전성 확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객관적인 연구 결과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Q.기획재정부가 대주주 기준 변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기획재정부는 과세 형평성 제고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0.02%의 대주주에게 미치는 영향과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모두 고려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려는 것입니다.
Q.대주주 기준 변경에 대한 반대 여론의 주요 주장은 무엇인가요?
A.반대 여론은 대주주 기준 강화 시 연말 주식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져 단기적인 주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또한, 과도한 세금 부과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