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출구는 보이지만…'선처' 반복되는 숙제, 의료 정상화는 요원?
1년 5개월의 갈등, 끝을 향하다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1년 5개월 넘게 지속된 의정 갈등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습니다. 8월 의대생 복귀에 이어 9월 전공의들까지 돌아오게 된다면, 지난해 2월 의대 2천 명 증원 발표 이후 발생한 의료 공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랜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은 의료 현장 안팎에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특혜성 조치'가 반복되는 고리는 이번에도 끊지 못했습니다. 이는 또 다른 숙제로 남았습니다.
의대생 복귀, 그리고 남겨진 숙제
25일 교육부는 수업 거부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천여 명의 복귀를 허용하고, 본과 3, 4학년생을 위한 추가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시행하는 내용의 의대생 복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많은 의대가 1년 단위로 학사 운영을 하고 있어, 1학기 유급 시 2학기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정부가 문을 열어주면서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2월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의 복귀 방안을 논의할 전공의 수련협의체도 첫 회의를 시작하며, 1년 5개월간 이어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의료 공백의 그림자, 남겨진 상처들
장기화된 의료 공백은 의료 현장 안팎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지난해 2월 집단 사직 직후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건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고, 주요 암 수술 건수도 20%가량 감소했습니다. 응급실 근무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가 심화되는 등,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습니다. 비상진료체제 가동을 위해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과 예산이 투입되었고, 국립대병원의 적자도 급증했습니다. 올해 초 국시에 합격한 신규 의사 수는 전년의 8.8%에 그쳤고, 전문의 시험 최종 합격자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의료 인력 배출에도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후유증 극복,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통해 의료 공백 사태를 막는 것은 중요하지만, 극복해야 할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떠났던 전공의, 의대생들과 현장에 남았거나 조기에 복귀한 이들 간의 갈등은 이번 사태가 남긴 깊은 상처 중 하나입니다. 정부와 대학은 복귀생 보호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기복귀자 보호와 형평성 문제는 전공의 복귀 논의에서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서 진료 지원(PA) 간호사들의 역할이 커진 만큼, 전공의 복귀 이후 역할 재정립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반복되는 '특혜', 그리고 의료 개혁의 과제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이 또다시 정부의 특례성 조치로 끝났다는 점은 향후 의료 정책 추진에 있어 재발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큰 숙제로 남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도 의사 집단행동과 정부의 선처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정부는 '선처는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나 의대 증원 2천 명을 되돌리고, 학칙을 변경하며 의대생 복귀를 허용했습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행보는, 정부가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경고, 그리고 국민들의 시선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며 “정부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국민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법령 내에서 형평성 논란 없이 복귀하는 의대생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혜로 비칠 수 있는 조치와 재정 지원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의사 배출이 중요하지만, 집단 휴학으로 인해 발생한 배출 공백을,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이 있을 때마다 같은 논리로 복귀시킨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정 갈등, 봉합은 시작되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
의정 갈등의 봉합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되었지만, 의료 현장의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의료진 간의 갈등 봉합, 의료 공백으로 인한 후유증 극복, 그리고 반복되는 특혜 논란 해결 등,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의대생 복귀는 언제부터 가능해지나요?
A.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학교별로 학생들이 강의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Q.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였나요?
A.수술 건수 감소, 응급실 뺑뺑이 심화, 의료 인력 부족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Q.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A.의료진 간 갈등 봉합, 후유증 극복, 특혜 논란 해결, 그리고 의료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등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