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춤, 그리고 저승사자: '존재의 가벼움'이 선사하는 '참을 수 없는' 부력
갓의 가벼움과 춤의 시작
전통 갓은 ‘양태’라는 차양에 ‘총모자’라는 원통을 세우고, ‘입사장’이라는 장인이 둘을 하나로 조립해 만든다. 갓의 힘은 역시 ‘존재의 가벼움’이 주는 ‘참을 수 없는’ 부력이다. 도포에 갓을 쓰면 가뿐히 뜨고, 사뿐히 나서면 이내 춤이다. 그래서 전승되는 무형유산이 부산의 ‘동래학춤’이다.
저승사자의 변신: 전통과 현대의 조우
저승사자가 방송에 출연한 것이 최근 일만은 아니다. 1970~80년대 티브이(TV) 납량 특집 시리즈의 최다 출연자가 저승사자였다. 그저 머리에 갓을 쓰고 얼굴은 흰 칠을 하여 턱밑에서 플래시를 비추는 정도였다. 그 무렵 티브이 명작극장에서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제7인의 봉인’이 방영되었다. 낫을 들고 로브를 뒤집어쓴 그네들의 저승사자 그림리퍼(Grim Reaper), 낫으로 영혼을 수확해 간다는 그들, 참으로 강렬한 이미지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저승사자 보이즈의 인기
지난달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우리 저승사자가 거침없이 뜨고 있다. 악령을 쫓는 주인공 헌트릭스 그룹보다 악령인 사자보이즈 그룹에 더 난리가 났다. 전통에서는 도사자가 일직사자 월직사자를 이끌어 3사자인데, 케데헌의 사자보이즈는 진우를 리더로 한 5사자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완벽한 비주얼”,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 이렇게 다 갖추고, 눈부신 눈빛으로 쳐다본다. 저것들이 실재한다면 산 사람도 저승길을 따라나설 것 같다.
춤, 갓, 그리고 팬덤: 블랙홀로 빠져드는 지구촌
이미 전 지구촌이 따라부르고 있다. 중독성 강한 오에스티(OST)로 전세계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영화 초반의 ‘소다팝’도 좋지만, 후반에 저승사자답게 공중부양하는 ‘유어 아이돌’이 최고다. 갓을 쓰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니 미동만 해도 춤이다. 갓의 차양이 일(一)자가 되면 예리한 수평으로 어둠을 가른다. 이 검은 수평선이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 되어 지구촌을 팬덤의 블랙홀에 빠뜨린다.
학춤과 무위자연의 춤
예전 동래의 어떤 명무(名舞)가 도포에 갓을 쓰고 허튼춤을 추니, 누군가가 학이 추는 것 같다 했다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학 같기도 해서 학이거니 하고 추었고, 이왕이면 보다 학처럼 보이려고 학의 동태를 학습해 넣었고, 마침내 학이 되어버리자 ‘학춤’이라 불렀단다. 꿈같은 이야기인데, 사실인즉 호접몽(胡蝶夢)과 진배없다. 장자의 나비꿈처럼, 학이 선비가 되었는지 선비가 학이 되었는지, 실로 분간하기 어렵다.
밀짚모자와 저승사자: 일상 속의 만남
전남 담양은 소읍이라 저녁 7시면 햇볕이 있어도 한밤중이다. 나는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식당을 전전한다. 혹시 불이 켜졌나 들여다보는데,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슬렁거리는 저승사자다. 차라리 장례식장으로 갈까. 1만원을 넣은 봉투를 부의함에 넣고, 영정에 재배하고 상주에 일배 한 후, “망극한 일을…” 법도 있게 말하고, 문상객이 되어 태연히 한 상 받을까.
갓, 춤, 그리고 저승사자: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과 상상력
이 글은 갓의 가벼움, 춤의 아름다움, 그리고 저승사자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예술과 상상력의 세계를 탐구합니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의 사자보이즈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조명하며, 춤과 갓을 통해 무위자연의 경지를 표현하는 학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동래학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동래의 명무가 갓을 쓰고 허튼춤을 추는 모습이 학과 같다는 데서 시작되어, 학의 모습을 학습하고 춤에 반영하면서 학춤으로 발전했습니다.
Q.넷플릭스 ‘케데헌’에서 저승사자 보이즈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강렬한 카리스마와 완벽한 비주얼을 갖춘 사자보이즈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Q.글쓴이가 말하는 '존재의 가벼움'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갓의 가벼움처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춤을 추는 행위,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예술적 경지를 의미합니다.